위헌성과 실효성 논란으로 얼룩진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 선고를 받은 것은 게임이 청소년에 유해한 매체이고 규제할 대상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헌법재판소가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입법을 추진 중인 신의진·손인춘 의원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향후에도 게임 사용을 제한하는 다양한 형태의 국가 통제에 물꼬를 틔웠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국가 차원의 온라인게임 사용 제한에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스마트폰 게임으로 셧다운제를 확산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청소년보호법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시행을 추진했다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 반발에 부딪쳐 시행을 유보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중독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기존 시행 중인 온라인게임 셧다운제가 일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스마트폰 게임 셧다운제 시행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 영화, 인터넷,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 국가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게임산업 규제에 대해 다양한 문화산업 분야에서 높은 관심을 가진 만큼 향후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한 국가의 통제 시도와 업계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판결에 문화연대는 “실효성이 전혀 없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침해하는 대표적 규제법을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다는 사실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강제적 셧다운제를 없애기 위해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 선고를 받음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과 게임 업계는 신의진·손인춘 의원법이 탄력을 받을 것을 가장 우려했다. 게임이 청소년에 유해한 매체이고 국가가 강력히 규제할 수 있다고 인식한 사법부 판단에 헌법재판소가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게임중독법’(신의진 의원)과 게임 중독을 전제로 예방·치유지원을 하겠다는 ‘인터넷게임중독예방·치유지원법’(손인춘 의원)이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개 의원법안이 입법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져 우려된다”며 “특히 청소년보호법은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손인춘 의원법은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대상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향후 각종 새로운 게임 규제법안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셧다운제 폐지 등 법 개정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 판결은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이지 셧다운제가 좋은 법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셧다운제가 청소년과 가정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상징적인 제도임을 고려했을 때 업계와 문화시민사회가 국회와 함께 폐지 운동을 할 수 있어 개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위헌 소송에 참여한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국민이 뽑은 국회가 만든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이례적이어서 이번 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걸쳐 모든 규제 시도가 탄력을 받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합헌 선고를 받았지만 셧다운제가 전혀 문제없는 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시민운동 차원에서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문화를 향유할 권리,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규제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