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비츠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나섰다. 인수가는 32억달러(약 3조2700억원)다. 빠르면 이번주 중 인수 여부가 공식 발표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이 지금껏 인수한 업체 중 가장 최고가로 비츠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박태환 헤드폰으로 알려진 ‘비츠 바이 닥터드레’라는 고가 헤드폰으로 유명한 비츠는 미국 최고의 음반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지미 아이오빈과 힙합스타 닥터 드레(본명 안드레 영)이 지난 2008년 공동 창업한 회사다. 헤드폰 외에도 ‘비츠뮤직’이라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도 인기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대만 HTC가 2011년 8월 비츠의 지분 51%를 3억900만달러에 인수한 뒤, 그 절반을 1억5000만달러에 지난 2012년 매각했다. HTC는 작년 9월 나머지 지분 전량을 비츠 측에 2억6500만달러를 받고 되팔았다. 같은 달 비츠는 거대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으로부터 5억달러를 투자받았다.
[뉴스해설]
‘팀 쿡이 드디어 자신의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인수건을 보는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이다. 생전에 기업 인수를 꺼리던 스티브 잡스와 달리, 애플의 새 CEO 팀 쿡은 역대 최대액을 들여 이번 인수를 성사시키려 한다. 쿡 CEO는 취임 후 지난 18개월간 총 24개사를 사들였다.
애플이 비츠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헤드폰 사업부문과 함께 비츠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인수, 아이튠스의 옛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50% 급성장했다.
반면 음원파일 다운로드 시장은 39억달러로 규모는 가장 크나, 전년 대비 2% 하락해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다운로드 방식인 애플의 아이튠스 역시 지난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연매출이 하락세로 꺽였다.
두번째 노림수는 이른바 ‘비츠 효과’다. 이 회사의 헤드폰과 각종 오디오 장비는 전세계 셀러브리티(유명 인사)의 필수 액세서리일 정도로 ‘핫 아이템’이다. 비츠의 이같은 쿨한 이미지를 통해 선도가 떨어져 가는 ‘아이폰’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갈수록 심화되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쿡 CEO의 기대다.
비츠의 매입은 역설적으로 애플의 내부 혁신역량 부재를 스스로 인정해버린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애플의 이번 인수로 일찌감치 비츠의 지분을 팔아버린 HTC는 별 재미를 못보게 됐다. 반면, 칼라일은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기업 인수 일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