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척

[프리즘]척

‘척’은 ~체의 다른 말로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를 뜻한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맞지만 아닌 척 등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사실과 진실을 가리려는 것이 본질이다. 갑자기 이 말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를 둘러 싼 작금의 상황이 난무하는 ‘척’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는 걱정에 따른 것이다.

세월호 침몰만 해도 얼마나 많은 ‘척’이 있는 지 가늠하기 힘들다. 언론 보도를 봐도 진실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상파 방송 기자들까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보낸 보도에 대해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는 지경이다. 가장 참담한 것은 배가 가라앉고 있던 그 순간에도 ‘위험하지 않은 척’ 자리를 지키라고 선내 방송을 한 그들의 거짓이다. 무엇을 위해 그 수많은 꽃다운 학생과 승객들에게 아닌 척을 했는가.

‘척’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만연해 있다. 오죽하면 ‘삼척’ 출신들이 나라를 망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삼척은 지명이 아니다.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을 일컫는다.

많은 이들이 자기가 아는 것이 모두인 것처럼 아는 척을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상대를 꾀이기 위해서 혹은 당장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는 척을 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실제 상황보다 나은 대접을 받기 위해 있는 척을 한다. 남에게 나눠 줄 생각도 없고, 처지도 되지 않지만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는 것처럼 상대를 호도한다. 상대적으로 쉽게 탄로나기 마련이지만 잘난 척도 대단들 하시다.

이제 우리의 처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정확히 밝히자. 그래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정치, 사회, 경제를 막론하고 ‘척’을 척결하지 않는 한 거짓과 위선이 지배하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마지막으로 슬프지도 않고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우는 척도 하지 마시라.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