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의 강자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후발 업체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사업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M10을 시스템반도체 팹으로 전환하면서 승부수를 띄운 SK하이닉스의 행보에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국 삼성전자처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나서거나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의 3.2배 수준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AP·CMOS이미지센서(CIS)·전력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다.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승부를 보려면 AP·파운드리처럼 큰 시장이 적합하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은 D램보다 10%, 낸드 플래시 시장보다 30% 이상 규모가 크다.
20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기술만 확보한다면 SK하이닉스는 AP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력 및 지식재산(IP) 부족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중요한 메모리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스 연합처럼 시스템반도체 팹 플랫폼을 통합해 단기간에 IP를 끌어모으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스와 손잡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SK하이닉스가 인내심을 갖고 설계 인력을 영입하는 한편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금부터 잘 준비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자금력도 변수다.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투자 부담은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65㎚ 공정 시스템 반도체 팹을 구축하는 데 29억달러가 필요했다. 그러나 28㎚ 팹을 확보하는 데 58억달러가 소요된다. 20㎚와 14㎚ 핀펫(FinFET) 팹을 확보하려면 각각 90억달러, 102억달러가 든다. SK하이닉스가 제대로 된 미세공정 설비를 확보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한 현금은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과거 중고 설비를 활용해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여러 차례 성공한 바 있다”며 “투자 경험을 활용하고, 모회사 SK텔레콤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요처를 확보한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