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 성장동력 축이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인 반면에 반도체·TV 시장의 약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신음하는 후방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부진을 거듭했던 TV·반도체 후방산업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소재·부품·장비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후방산업은 냉랭했다. 메모리 치킨게임 이후 선두업체들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 탓이다. 신규 설비투자 수요가 뚝 끊긴 이유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3차원 반도체 덕분이다. 메모리업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업체들도 미세공정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3차원 반도체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TSMC·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스가 10나노대 핀펫(FinFET) 공정 투자에 착수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팹에서 3차원 브이(V)낸드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도 하반기부터 3차원 낸드플래시 투자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D램 3사는 3차원 패키징을 위한 실리콘관통전극(TSV)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초기에는 D램 TSV를 생산하다 향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D램+낸드 플래시’ 이종 TSV 양산에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3차원 반도체 라인에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후방업체들이 올해 들어 수혜를 볼 것”이라며 “에처·증착·검사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후방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던 TV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동안 국내 TV업체들은 중국업체의 가격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장 내 경쟁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잇따라 개최된 덕분에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프리미엄 TV 수요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과 상관관계가 높다. 올해 초고화질(UHD) TV 등 프리미엄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만큼 후방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 수요가 살아나면 디스플레이 업계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TV 부품업체 사장은 “지금 50인치대 TV 가격은 지난 2008년 30인치대 제품과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최근 남미·중국 등 신흥시장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TV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