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사업화’고,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 지원’이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정부가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해 성과를 내고, 중소기업 기술개발에 출연연이 힘을 보태라면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R&D) 성과를 묵혀두기 보다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 기술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을 출연연이 도와 기술력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역시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하지만 지금 출연연이 사업화와 중기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 같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과유불급’이 떠오른다. 정부가 출연연에 요구하는 사업화와 중기지원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온다. 각 출연연에 중소기업 지원조직이 별도로 설치됐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기관과 회사도 우후죽순으로 출범했다. 기존 기관과 역할 분담도 애매하다. 무엇보다 기관평가에 사업화와 중소기업 지원성과를 높은 비중으로 반영하기로 하면서 출연연이 이 분야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도록 했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출연연이든, 산업분야를 연구하는 출연연이든 가리지 않고 획일적으로 사업화와 중기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현장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출연연 고위 관계자는 “창조경제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출연연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 미션이다. 사업화와 중기지원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연구를 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이다.
지금이라도 눈앞의 성과내기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진정한 창조경제는 현재 없는 연구, 앞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개발해야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할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출연연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