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닫힌 사회와 그 적들

[데스크라인]닫힌 사회와 그 적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한때 70%에 육박했다. 원칙을 중시하고 안정감을 주는 국정운영은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공기업 개혁카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왔던 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고귀한 생명이 하나 둘 사라질 때 국가는 없었다. 국민정서를 폭발케 한 압권은 국가개조의 첫 단추였다. 국무총리 내정자는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고액 수임 논란은 국민들을 또 한 번 분노케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초반까지 떨어졌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우선 국민을 치유하는 정책으로 처방전을 받으라는 것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외쳤던 대선 당시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 방법론적으로는 헌법과 이른바 ‘국민정서법’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필요충분조건을 찾아야 한다. 가진 자에게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서민들에게는 희망과 꿈을 키울 수 있는 공평한 기회 제공이면 최상이다.

정치 사회분 야를 되돌아보자.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개조는 ‘권력집단 개조론’에서 출발해야 한다. 부정부패·수뢰 등 화이트칼라형 범죄, ‘권력형 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돈은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어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자주 채택되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관피아,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이슈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행정부와 관료사회에서 먼저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수술해야 한다. ‘정책결정 실명제’가 하나의 답일 수 있다. 특정한 정책에 대한 결정을 공무원이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복지부동의 병폐를 줄일 수 있다.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권고와 의견을 수렴한 후 공무원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는 얘기다. 지금처럼 청와대만 바라보고, 바지 사장 격인 위원회를 앞세워 책임에서 회피하려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12년 이상 끌어온 국가 재난망 구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시 등 국가고시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고 의지와 열정이 있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대로 가면 이른바 ‘배경’이 없는 사람은 사회적 사다리를 밟고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세월호 사고의 대책으로 제시된 행시 축소까지 이뤄진다면 앞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요원하다. 인생역전은 더 이상 힘들다는 얘기다. 누가 이처럼 현대판 음서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낙수효과가 점점 없어지는 산업 생태계에 주목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 잣대를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노동이 자본을 창출하는 속도보다 자본이 새로운 부를 더 빠르게 창출하는 시대 아닌가.

또 하나 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한 감세정책의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 특히 실질적인 가계가처분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민생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점점 닫힌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김원석 글로벌뉴스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