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 인재 양성 메카 한예종 집 없는 신세 위기

우리나라 대표 콘텐츠 전문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문화재청의 문화재 복원 계획에 따라 석관동 캠퍼스 절반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9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문화재청은 일부 능역의 훼손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8개 지역 40개 왕릉 가운데 첫 복원 대상으로 경종과 선의왕후를 모신 의릉이 선정됐다.

콘텐츠 산업 인재 양성 메카 한예종 집 없는 신세 위기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는 의릉 복원지구에 들어 있다. 한예종 미술원과 예술원, 전통예술원 건물과 기숙사 등 8개 동이 있는 부지다. 캠퍼스 절반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학생 1000여명이 사용한다.

문화재청은 한예종 캠퍼스를 포함해 의릉 전반을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4만8000만㎥ 지역에 위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해 변형된 지형을 복원하고 외래 수종 대신 소나무와 전통식물로 경관을 회복할 방침이다.

한예종으로서는 거처를 내주고 새로운 캠퍼스 부지를 찾아야 하지만 부지와 건물 매입 자금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한예종 관계자는 “왕릉 복원에 나선 문화재청을 상대로 주변지역에 대체부지 마련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석관동 캠퍼스 부지가 한예종 소유라면 문화재청을 상대로 대체 부지를 요구할 수 있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1960년대 중앙정보부 청사로 쓰이던 공간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면서 지난 2006년 한예종이 들어왔다. 하지만 2009년 문화재청으로 관리 주체가 바뀌면서 무단 입주한 형태가 됐다. 한예종은 최근 들어서도 정부를 상대로 대체부지 마련과 그에 맞는 예산 책정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등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공간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도 거세다. 한예종 학생회 측은 “학교가 지난 1972년부터 정보기관이 사용하던 사무용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학습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고 문화재 보호지구로 지정돼 시설 활용에 제약이 많다”며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예종이 국가가 지정한 콘텐츠 전문 인재양성 전문기관이란 점에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93년 개교 이래 박찬욱 감독과 소설가 김애란, 배우 이선균 등 콘텐츠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우수 인재를 배출했다.

안종환 안건축사 사무소장은 “한예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인가받고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교육기관인 만큼 학교 운영상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보다 많은 창의적 인재가 마음 편히 공부하고 실무를 경험하도록 대체부지 마련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예종은 오는 24일 한예종 쇄신위원회를 열어 부지 마련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