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세단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 국산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형 및 준대형 디젤 세단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차량 가격의 10%에 달하는 연료 분사 시스템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 자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그랜저 디젤’의 연료 분사 시스템은 전량 독일 부품업체인 보쉬가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랜저 디젤의 R2.2 E-VGT 클린디젤 엔진에는 보쉬의 커먼레일 시스템이 적용됐다. 커먼레일 시스템은 엔진의 회전 수와 상관없이 각 실린더의 연료 분사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쉬가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고압의 연료를 공급하는 커먼레일, 인젝터, 고압펌프, 엔진콘트롤유닛(ECU) 등으로 구성되는 전체 시스템 가격은 차량 가격의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 부품의 국산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커먼레일을 비롯해 고압펌프, 인젝터 등의 국산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번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클린디젤 핵심 기술 내재화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자동차 관련 원천기술 개발 지원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도 국산화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디젤 엔진의 열 효율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15% 가량 높고, 연비 측면에서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기술 내재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박성욱 한양대 교수(기계공학부)는 “최근 클린디젤 엔진 개발은 유로6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질소산화물(NOx) 저감 기술과 연료 분사 시스템을 통한 효율성 개선이 화두”라며 “특히 연료분사 시스템은 엔진 성능과 연비 향상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어서 중장기적으로 기술을 내재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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