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실리콘 웨이퍼에 중성자를 조사(照射)해 전력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오는 2017년 부산 기장군에 완공 예정인 신형 연구용 원자로를 활용하는 것으로 국내 전력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주목됐다.
이 같은 방식은 미국 일부 시설에서 특화 개발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다수의 전력 반도체 업체를 위한 범용 시설로는 세계 첫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이달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고속 중성자 이용 반도체 성능 개선 기술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진행된다.
그간 국내 원자력 기관은 기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중성자를 반도체 웨이퍼 재료인 실리콘 잉곳에 조사해 불순물을 줄이고 저항값을 줄이는 중성자 핵변환 도핑(NTD)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한국 기업 중에는 수요 업체가 없어 주로 해외 잉곳 생산업체가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달 시작된 기술 개발 사업은 2017년 완공될 새로운 연구용 원자로를 활용해 전력반도체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데 맞춰졌다. 전력반도체용 웨이퍼에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조사해 전력 손실을 줄이고 스위칭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이다.
고속 중성자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은 오는 2017년 부산에 들어설 수출형 신형 연구용 원자로(기장 연구로)와 보조를 맞춘다. 앞서 정부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부산 기장군 원자력 의·과학 특화단지에 연구로를 구축해왔다. 예정대로 기장 연구로가 완공되면 같은 해 시운전을 거쳐 이듬해부터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전력반도체 성능 개선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기장 연구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속 중성자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산업용 기기에 탑재되는 전력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력 반도체 산업 기반이 취약한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전력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국내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성자 조사 인프라와 전력반도체 성능 개선 기술이 갖춰져도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닌 국내 기업의 사업화로 연계하는 방안을 초기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