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KB국민은행의 내부 감사보고서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유닉스 교체 BMT(벤치마킹테스트)에 참가했던 기업들까지 나서 감사보고서가 사실을 과장,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정병기 KB국민은행 상임감사는 내부 IT본부를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단행했다.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감사 인력 9명 중 7명이 비(非)IT인력으로 구성됐다. 협력사와 금융지주 확인 결과 나머지 2명의 IT 인력 가운데 1명은 IBM출신으로 확인됐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던 감사인력에 IBM 출신을 넣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병기 상임감사는 현재까지 세부 감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내용 일부가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BMT 결과의 왜곡 여부다. 내부 감사보고서는 BMT 수행 시 시스템 성능, 용량 확장성,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해 신뢰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사회에서 리스크를 축소하거나 왜곡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KB금융지주는 물론이고 실제 BMT에 참여했던 협력사의 반박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성능 부문에서 참여한 협력사 2곳은 프로그램 자동전환 성능이 90% 이상 점수를 받았다. 반면 IBM은 BMT 참여 시 소스코드를 준비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원천코드 변환 등에 대한 경험도 없어 다른 협력사와 비교할 수 없는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BMT에 참여한 유닉스 계열 협력사 관계자는 “BMT 과정에 경쟁사가 참여했는데 데이터를 어떻게 은행 측과 조작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감사부는 객관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금감원에게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 측 자료를 기반으로 검사에 나섰던 금융당국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련 징계를 앞둔 상황에서 감사보고서가 왜곡·과장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BMT 참여 협력사 관계자는 “IBM의 메일 한통에 우왕좌왕하는 은행도 문제지만 해당회사 내부보고서를 토대로 감사와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당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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