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에 발목잡힌 제재심의위원회...임영록·이건호 징계 내달로 연기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가 예고된 가운데 26일 저녁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금융인 모두의 눈이 쏠렸다. 특히 주전산시스템 교체 건으로 갈등을 빚은 KB국민은행과 고객정보유출로 된서리를 맞은 카드 3사 임직원에 중징계가 예고되면서 해당 기관 임직원 상당수가 퇴근도 하지 못하고 ‘대기 모드’ 상태였다.

이날 제재심의위 결과의 핵심은 각 금융기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 수위다. 사전에 제재 통보를 받은 전·현직 CEO만 10여명이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모두 중징계를 사전통보받은 KB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게 사전통보된 대로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하반기 경영 공백은 물론이고 조직관리에 큰 누수가 생길 것은 자명하다.

KB 임원들은 막판까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오후 3시 48분께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금감원에 들어섰다. 그는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기자에게 짧게 말한 뒤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11층으로 올라갔다.

임 회장보다 1시간 30분정도 후에 금감원에 들어선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성심껏 제 입장을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카드정보 유출, 전산시스템을 둘러싼 내분 등으로 중징계를 사전통보받았다.

김종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금감원에 출석했다. 그는 “회사 이익을 보호하고 독점기업의 횡포로부터 시장질서의 안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를 확정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에게 사실상 사퇴요구를 의미하는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지주사와 은행 모두 최고의사결정자가 없는 공백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제재심의위원회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면서 ‘장고’를 거듭했다.

대상이 된 개인 이외에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수위도 예견하기 어렵다. 기관에 대한 징계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징계 수위에 따라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 회장은 소명을 마친 뒤 금감원을 나서면서 “임직원들이 가슴 아픈 처벌을 받아서 거리에 나앉는 일이 없도록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는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갈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안건의 경우 검사국 보고와 함께 소명을 모두 청취했다”면서도 “충분한 심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추후 제재심에서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예견됐던 상당수 안건도 KB국민지주 전산기 교체 갈등 심의가 길어지면서 모두 순연됐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