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의 기세가 무섭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성능이 떨어지고 싸구려 상품이라는 이미지 대신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드웨어 스펙(Spec)과 디자인 수준을 끌어 올리며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직접 비교도 불사하는 신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성능 높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과거 인기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모방하거나 낮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제조 판매하던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모습은 달라졌다. 최근에는 독자적인 제품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스펙을 내세운 제품으로 무장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출시하는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능을 능가하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쿼드HD(QHD) 스마트폰을 내놓거나 핵심 부품인 AP(Application Processor)를 자체 개발하기도 하며 가격보다 성능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 QHD 디스플레이 탑재 스마트폰 ‘XPlay3S’를 공개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독식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동안 중국 제조사들은 이미 업계 최초 스펙의 스마트폰 출시로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중국 레노버 역시 QHD 해상도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회사는 지난 12일 6인치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LTE 패블릿 K920을 공개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1, 3GB 램을 장착한 제품이다. 카메라 역시 광학손떨림방지기능(OIS)을 가진 1600만화소를 탑재한 고성능 스마트폰이다. QHD 등을 탑재한 스마트폰 태동기부터 시장에 자리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오포(Oppo)는 지난 11일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의 타이틀을 가져갔다. 회사는 두께 6.3mm의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 R3를 출시했다. 중국 이동통신사의 LTE 규격만을 지원하지만 자체 기술력을 증명한 셈이다. 향후 세계 시장 출시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다.
◇입지 좁아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자국 내수 시장의 광대한 스마트폰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는 지난 2012년 1분기 상위 10위 내 화웨이 등 2개 업체에서 올 1분기에는 5개 업체로 늘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자리에 올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6.4% 출하량이 증가해 4억10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분기 전체 시장의 37.5%를 차지하던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점유율 61.5%까지 기록하며 몸집을 키웠다.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가장 무서운 성장을 보이는 곳은 샤오미다. 회사는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1.3%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8.3%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0.5%P 늘어난 19%, 애플은 0.8%P 줄어든 8.3%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안방 시장인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10%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SA에 따르면 ZTE,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선진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2년 1분기 3.5%에서 2013년 4분기 9%로 상승했다. 2014년 하반기에는 유통 채널 확대 등 판매 강화 전략에 힘입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제조사들이 선진국 시장에 출하한 스마트폰 대수는 지난 2012년 1분기 200만대에서 2013년 4분기 700만대로 약 26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4년 1분기 미국에서의 출하 대수는 300만대로 전 분기 대비 39.4% 성장했다. 같은 기간 3% 성장한 애플과 7.7% 늘어난 삼성전자 등 기존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업체를 크게 압도한 수준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성능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 소매 유통채널 확대 등의 노력에 힘입어 틈새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업체들은 향후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버라이즌, AT&T 등 메이저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축소의 영향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체들은 고성능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해 제품 인지도를 늘리고 공급을 확대할 전망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