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6개월간 100만원 이하 저작권 침해 사범의 형사처분을 면제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콘텐츠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경미한 저작권법 위반을 겨냥한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임을 인정하면서도 면책 조항이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게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저작권 관련 단체와 기업은 법률자문을 거친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했다. 업계는 지난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달 말 논의될 것에 대비해 단체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콘텐츠 산업이 입는 피해는 막대하기 때문이다.
임성환 네그 대표는 “음원 스트리밍에 종량제를 적용하면 곡당 6원에 불과하다”며 “음원스트리밍으로 6개월간 형사처분 금액기준만큼 듣는다면 16만6667곡을 불법으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100만원이란 금액은 500원 안팎의 다운로드 음원이나 웹툰으로 환산하면 불법복제 2000건에 이르러야 형사처분 대상이다. 2000원짜리 온라인 영화는 499편까지 무단 복제해도 면책된다.
소프트웨어의 불법 이용은 무조건 막으면서 콘텐츠만 형사처분을 면제해주는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변호사는 “개정안에서 피해액을 100만원 이하로 산정하는 배경은 경제성이 큰 저작물을 그렇지 않은 저작물보다 더 보호하겠다는 것으로, 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률이 정한 소매가격도 유통방법이나 시장경쟁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예측 가능한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이 형사처분 조항에 국한하지만 국내 현실상 저작권 침해의 민사소송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불법 시장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토렌트와 스트리밍 등 불법 유통은 더욱 교묘해지고 진화하는 데 비해 개정안이 발효되면 개개인의 거대 불법시장 이용에 대한 형사처분이 어려워지고,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구제도 어렵다”고 말했다.
안효질 고려대 법대 교수도 개정안이 우리 헌법이 보장한 죄형법정주의와 지식재산권 보장이란 기본 틀을 깰 수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고 제기했다. 다만 경미한 저작권 위반에는 기소유예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안 교수는 “저작권 피해 최소화와 함께 고소·고발 남용을 줄여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사회적 자정노력과 함께 검사가 기소유예제도 등 공소권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법 개정안 현황>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