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애플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을 시작했다. 구체적인 공급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탈삼성’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올 2분기부터 애플에 AP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주요부품으로 일명 ‘두뇌’로 불린다.

TSMC가 공급하는 AP는 20나노미터(㎚) 공정의 제품이다. 차기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6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했으며 생산 품질을 위해 지난 연말에는 수백명의 엔지니어가 애플 본사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AP 공급으로 발생하는 매출이 올해 전체 TSMC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지난해 전년대비 18% 늘어난 약 198억달러(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TSMC 발주 물량을 점차 늘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판매에서 경쟁구도에 있는 삼성과 달리 TSMC와는 대립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 분석가는 “TSMC가 애플과의 협력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신기술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고 매출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지금보다 정밀한 16㎚ 공정을 적용한 AP도 애플과 함께 준비 중이다.
TSMC의 이번 AP 공급으로 애플은 본격적인 삼성 의존도 낮추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허소송 영향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삼성과의 공급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지난 2007년 첫 스마트폰 출시 이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AP 생산을 삼성전자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TSMC와 손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는 애플이 핵심 부품까지 삼성 영향력을 줄이고 부품 공급을 다변화 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삼성과의 특허 소송 영향을 꼽았다.
회사는 AP뿐 아니라 메모리칩, 디스플레이에서도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에 적용하던 삼성 디스플레이 비중을 줄이고 샤프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지난 2012년 에는 메모리칩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로부터 공급받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가를 인용해 “TSMC가 AP 생산을 시작해 애플은 더 이상 전적으로 삼성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추가 공급사를 확보한 것으로 애플은 향후 부품 공급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