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핵심 자회사인 IBK자산운용 사장 인선이 수개월째 연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IBK증권과 IBK연금보험 등 이미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한 타 자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임명도 늦어지면서 그룹 전반에 경영공백 폐해가 우려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IBK자산운용 후임 사장으로 안동규 글로벌자금시장본부 부행장을 내정, 금융위원회에 지난 5월 추천했다. IBK금융계열사 사장 인선은 모회사인 기업은행이 내정해 금융위에 제청하면 통상 한달 이내에 검증을 마치고 그 결과를 통보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3개월이 다되도록 감무소식이다.
이처럼 결정이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추천후보 대신, 다른 인사로 교체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 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이다.
기업은행은 8개의 계열사 중 증권·신용정보·시스템 3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 계열사 CEO에 은행 부행장 출신을 내보내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이미 내부 부행장 출신을 후보로 추천한 상황에서 결론을 확정짓지도 않은 채 금융당국이 경쟁 국책기관에서 새 인물을 찾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업은행 임직원은 물론이고 노조까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3일 “자회사 선임에 정치권을 등에 업은 모종의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며 “신종 관피아 낙하산”이라는 반대 성명까지 내놓았다. 이번 움직임을 주도하는 특정세력에 금융당국과 일정 학맥이 작용한다는 주장도 내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자회사 인사권한을 뺏기지 않아야한다며 의견을 모아 되레 금융당국 설득작업에 나섰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경영진을 주축으로 전문성을 보유한 내부 출신을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게 맞다”면서 “여러 루트를 통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IBK 계열사)인사문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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