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친(親) 지상파 방송 정책이다”
4일 방통위 3기 비전 정책과 7대 과제가 발표된 이후 유료방송 사업자는 물론이고 통신사업자도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날 제시한 지상파 광고총량제 등 지상파 관련 진흥 정책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날 “한류 콘텐츠 동력이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해 지상파뿐만 아니라 유료 방송을 아우르는 광고 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허가·재승인 허가 심사 기준 마련,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법 제정, 재난방송 문제점 개선 등 규제 정책도 발표됐지만,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광고 총량제·MMS 허용, 주파수 정책협의회 구성 등 지상파 방송사에 유리한 정책은 당장 실행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띄고 있다.
◇지상파 컨트롤만 가능한 방통위 구조적 한계 드러나
전문가들은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방통위의 구조적 한계가 이같은 지상파 편향성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을 포함, 여당 추천 3인과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 상임위원 합의제 기구의 정책 독립성은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전문가는 “미래부와 업무가 이원화되며 방통위가 실질적으로 컨트롤 가능한 매체는 지상파 방송사가 유일한 것이 친지상파 방송정책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난해부터 가속화 된 KBS, MBC, SBS 출신 인사의 정치권 입성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광고총량제, MMS 등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논의·검토 단계에 머물렀을 뿐 정책방향이 구체화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정권 입김에 휘둘리기 쉬운 방통위가 정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인 지상파에 광고를 ‘당근’으로 제시해 연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정책의 구체성을 볼 때 여·야 상임위원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의 의무재전송신 범위 확대 등 (지상파와 대립하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요구사항이 아예 빠졌다는 점에서 균형적 발전이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선택지 없는 가운데 차관급 정책협의회…미래부 압박
700㎒ 주파수를 두고 미래부와 차관급 정책협의회를 구성한 것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UHD 송출에 필수라며, 700㎒ 주파수 할당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통신용으로 정해진 40㎒ 폭을 제외한 최소 54㎒ 폭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상파 방송사는 통신용 할당 이후 해당 대금으로 UHD 위성 발사 등 대안을 거부해 왔다. 반면, 정부는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쓴 글로벌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며 난색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지상파는 상반기 세월호 사태로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속도를 내며 남아있는 68㎒ 폭 중 20㎒마저 잃을 처지에 놓였다. 재난망에 20㎒ 폭 할당이 유력시 되며 700㎒ 주파수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는 지난주 미래부와 차관급이 참여하는 700㎒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방통위에서는 이기주 상임위원이, 미래부에서는 윤종록 미래부 차관이 참여한다.
이에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재난망 주파수 할당이 불가피한 만큼 통신용으로 할당된 700㎒ 주파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책협의회 구성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사의 주파수 할당 민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특히 국가 지분이 없어 주파수 할당 불발 시 플랫폼 사업자로 전락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일부 민영 방송사의 이득을 위해 정부가 나선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주파수는 국가에 한정된 자원으로 국민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같은 원칙 아래 정책협의회를 통해 좋은 결론을 도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책협의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가지 수가 많지 않다.
통신사 관계자는 “재난망 수요 20㎒ 폭은 사실상 확정”이라며 “통신용으로 40㎒ 폭을 할당한 기존 방통위 정책을 건드리지 않는 한 새로운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사실상 방통위가 통신용 40㎒ 폭을 흔들 것이란 예상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