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SW 교육, 독립교과로 이뤄져야

“나는 컴퓨터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컴퓨터가 없는 것이 두렵다.”

보스턴대학의 생화학과 교수이자 SF문학계의 3대 거물 중 하나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한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컴퓨터가 실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관사 없이 지하철이 다니고, 스마트TV는 컴퓨터처럼 업데이트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제철소 제철공정을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컴퓨터를 보게 되며 공장 생산라인을 제어하기 위한 컴퓨터도 있다. 과연 컴퓨터라는 도구 없이 우리의 삶이 가능할까.

[贊]SW 교육, 독립교과로 이뤄져야

컴퓨터 안에는 소프트웨어(SW)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모든 것을 처리해주고 있다. SW는 사람의 정신과 같은 존재로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게도 하고, 정보를 처리해 의사결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화학자나 물리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발생된 엄청난 데이터를 SW를 이용해 처리하며, 기계공학자들은 SW를 사용해 엔진을 설계한다. 예술가는 공연에 SW를 도입해 자신의 창의성을 극대화한다. SW를 이해하는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이를 융합해 학문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현장 SW교육은 우려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2년 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PISA)에 따르면 학교에서 학습을 목적으로 한 수업활용이 29개국 중 29위, 수학수업에서의 활용도 29개국 중 29위, 학생들이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는 것 또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세계는 디지털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SW교육을 공교육에서 앞다퉈 필수교과이자 독립교과로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SW가 교과로서 분리 독립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택의 공정성을 위해서다. SW 관련과목인 정보가 기술가정교과에 편제돼 있게 되면 공정한 선택이 어렵다. 이미 학교현장에는 기술가정 교사가 정보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교과에 소속된 기술가정과목이나 정보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정보과목은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형성된 카르텔이 현재 상태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SW 교과가 분리 독립하지 않는다면, 정보과목들은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대의보다는 학교현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SW 교육도 필요하다. 과거 교육부의 ICT운영지침으로 활성화됐던 정보교육은 그 지침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학교에서 실종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교육부의 SW교육운영지침으로 SW 교육의 급한 처방은 가능하겠지만, 정규수업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에 치중한다면 맛만 보다가 단기적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기술가정교과에 속해 있는 정보는 몇 해 전에 일반영역에서 심화영역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조정됐다. SW 교과가 독립하지 못하면 일반영역에서 심화영역으로의 일방적 변경이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과정에 반영해야만 지속적인 SW 교육이 가능하며 그 수단으로 독립교과가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체육, 예술, 기술·가정 제2 외국어, 한문, 교양 등의 교과로 구성돼 있다. 이 교과에서 SW가 포함되기에 합당한 교과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편제돼 있는 기술가정교과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교사양성기관인 사범대학 컴퓨터교육과, 기술교육과, 가정교육과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과학적 원리와 이론 측면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교과는 과학이며 과학을 자연과학과 정보과학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현재 정보과학이라는 과목은 과학탐구영역의 심화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융합의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보 혹은 정보과학으로 분리해 교과를 독립시켜 문·이과 모두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에는 국가의 인재양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 과목들 간 이해관계에 집착해 SW 교과 시수를 제한하거나 독립교과화에 주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공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국가 미래를 위해서 지금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sjahn8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