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고개들 들고 있고,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른바 ‘계절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삼성발 스마트폰 쇼크에 이어 또 한번 국내 제조업에 충격파가 전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4분기는 물론이고 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파고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시장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 과잉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반도체 ‘빅3’의 생산량 증가가 점쳐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소강 상태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5만20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4만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램이 상반기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D램 시장에 대한 불안한 전망은 곧 두 회사에게 부정적인 지표다. 더구나 메모리 시장 굴곡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준비해온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아직 큰 성과를 못내는 실정이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매년 3분기 수요를 이끌던 계절 효과도 희미해졌다. 세계 최대 TV 시장 중국의 수요가 예상치를 밑도는 동시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도 예년만 못하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한국 업체의 경쟁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나빠지는 것은 이들 두 품목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군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여파가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의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은 6.9%로 상반기 10.0%를 하회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증가율 17.7%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3.3%에서 8.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수출은 전년에 비해 7%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수출이 9.1% 감소한 상황인데도 또다시 전년 수준을 밑도는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가 점쳐진다”며 “부정적인 시장 상황을 극복할 대안을 찾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