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조금융 실현의 첫 단추로 보신주의가 만연한 금융체질 개선에 나섰다.
옥상옥 형태의 감독관행이 금융사 일선 직원의 보신주의를 야기하고, 감독당국의 역할이 사전예방보다는 사후제재에 치중되면서 창조금융의 ‘허들’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제재 대상은 축소하고 제재 방식도 개편해 금감원의 과도한 제재 관행을 이참에 뿌리부터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체계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중대한 위법행위’를 제외한 경징계 사안에는 직원 제재를 금융회사에 전면 위임하기로 했다. 중대한 위법행위란 금융질서와 소비자 권익을 심각히 저해하는 각종 금융 관련 범죄로 추후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진다. 또 일정기간이 지난 과거의 잘못에 책임을 묻지 않는 ‘제재 시효제도’를 도입한다. 제재 대상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후속조치인 셈이다.
감독당국의 재량권도 축소한다. 유명무실한 ‘비조치 의견서(no action letter) 제도’를 활성화하고, 감독·검사·메뉴얼·해설서도 정비한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신규 영업이나 신상품 개발 과정에서 법령 또는 규정 위반 여부를 사전심사 요청하면 금융당국이 이를 확인해주는 제도다.
검찰고발 등 사전심의, 의견청취 등 조치 대상자의 권익보호 절차도 강화된다. 금융사의 인사상 불이익도 근절하기로 했다. 위규·절차상 하자가 없는 대출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면해주고 중기·벤처 대상의 금융지원에 적극 나선 직원은 인사 시 우대하는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했다.
금융혁신위원회를 운영해 실제 관행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민간 전문가 20명을 위원으로 구성해 △은행별 금융혁신 성과 평가 △제재·면책 운영실태 점검 △금융감독 해설서·매뉴얼 보완 작업을 수행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2009년 말 전체 기업 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은 83.1%에 달했지만 2011년 말에는 77.2%로 줄었고 올해 6월 기준으로는 73.3%까지 떨어졌다. 은행권에 만연한 보신주의가 실제 현장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이나 벤처 등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은 여전히 자금에 목말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재에 대한 두려움을 현장서부터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은행에는 보신주의를 조장하는 성과보상 체계의 변화를 유도해 어떤 은행이 창조금융을 선도하는지 혁신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기존의 건전성 중심의 경영실태평가와는 별도로 기술금융 역량과 신시장 개척 노력을 별도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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