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상생협상

[프리즘]상생협상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9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노사 상견례 이후 119일간 23차례에 걸친 기나긴 협상의 결과물이다. 이번 합의는 자동차를 넘어 우리나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격렬한 대립과 파업으로 점철돼 온 현대차 노사 관계에 ‘상생협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기 때문이다.

중요한 변화는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확대에 대한 노사 양측의 양보다.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를 법적 소송 결과에 따르되, 자동차 산업과 국가 경제 측면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하기로 하고 임금 체계 선진화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이전 사례를 놓고 볼 때 끝없는 갈등과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최대 현안을 한발씩 물러서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노조는 통상임금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사측도 소송 결과에 따른다는 당초 방침에서 벗어나 노사 공동위원회 설립으로 화답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과제인 고품질·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이 이미 60%를 넘어선 상황에서 해외 공장에 비해 뒤떨어지는 국내 공장 생산성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국내 공장이 완성차 품질 향상과 기술 혁신의 허브가 되는 첫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또 경영 실적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것도 건전한 노사 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속도는 조금 늦었지만, 노사가 상생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주고받은 협상의 결과물이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는지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또 ‘귀족 노조’라는 오명으로 점철된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따뜻하게 만드는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