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가 마침내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HP는 암 기반 서버 ‘m400’과 ‘m800’을 출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달 중에 한국에서도 시판할 예정이다.
‘m400’에는 64비트 암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가 제조한 ‘2.4㎓ X진 코어’ CPU에 DDR3 메모리, 플래시 스토리지, 우분투 운용체계(OS) 등이 접목됐다.
‘m800’은 32비트 암 코어를 토대로 한 텍사스인스트루먼츠의 CPU가 탑재됐다. m800 서버는 디지털 신호 처리를 가속화하는 DSP가 추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제품이 관심을 끄는 것은 암 서버의 본격적인 시장 데뷔기 때문이다.
HP는 지난해 32비트 암 프로세서 기반의 서버를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제품은 성능 한계상 오일 탐사나 지진 탐사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됐다. 이에 HP도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한정 공급했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은 양산을 염두에 둔 것이다. 범용 서버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돼 암 서버의 시장 침투 여부가 기대된다.
HP에 따르면 m400 서버는 웹캐싱, 고성능컴퓨팅(HPC), 빅데이터 분석 같은 업무에 적합하다. m800 모델은 패턴분석과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데 뛰어나다.
한국HP 관계자는 “웹서버와 캐시서버 등 기존 프런트 엔드 서버들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암 서버 데뷔는 곧 인텔과의 경쟁을 뜻한다. 암은 모바일 CPU 분야에서는 강자지만 서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서버용 CPU 시장은 인텔이 철옹성을 쌓고 있다. x86 서버는 인텔 시장 점유율이 95%에 육박한다.
암은 서버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과 인텔 중심의 시장 구도를 깨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서버 제조사인 HP,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삼성전자·AMD·칼세다 등과 제휴를 맺으며 세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버용 암 CPU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던 칼세다가 지난해 말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고, 삼성전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대 서버업체인 HP가 암 서버 진영에서 가장 큰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인 데, 이번 범용 제품 출시가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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