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열 논란으로 뜻밖의 수혜를 입은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소개하고 한국어 버전 개발에 돌입했다. 검찰 사찰로 곤경에 빠진 카카오톡에 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메신저 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램은 지난 3일 트위터에 공식 한국어 페이지를 열고 사용자와 실시간 소통을 강화하면서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섰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주간 텔레그램 영어 버전은 107만6000명, 한글버전 이용자 수는 30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텔레그렘 앱을 내려 받아 한 번 이상 사용한 이용자 수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1~27일 영어 버전 이용자 수가 51만9000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약 두 배로 불어났고 한글 버전 이용자는 500명에서 1주일 만에 약 600배로 증가한 것이다.
텔레그램은 이 같은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트위터를 통해 타 메신저 대비 보안이 뛰어나다는 점과 대화 내용이 공유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텔레그램을 만든 두로프 형제를 소개하고 서비스 업데이트 소식도 알렸다. 주목할 점은 정식 한국어 버전 출시 예고다.
텔레그램은 3일 트위터에서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용 공식 한국어 버전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정식 한국어 버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도 우리말로 된 텔레그램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오픈소스 정책을 표방한 텔레그램은 개발자가 소스를 활용해 얼마든지 관련 앱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몇몇 개발자가 만든 한국어 버전 앱이 앱장터에 등록돼 있다. 이 중 ‘데브콘서트’라는 개발자가 올린 한국어 버전 텔레그램은 다운로드 10만건을 넘어서며 인기몰이 중이다.
검찰 사찰이 현실로 드러난 카카오톡에 텔레그램의 트위터 소통과 개발자의 자발적인 한국어 버전 출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1일 검찰과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본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게 흐르고 있다.
정부 검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텔레그램은 이력에서도 카카오와 비교된다. 카카오는 영장이 있는 때에만 제한적 범위에서 정부에 자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텔레그램은 정부 간섭에서 자유롭다.
텔레그램 개발자는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다.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고 부르는 ‘브이콘탁테’를 만든 그는 러시아 정부의 사용자 정보제공 요청을 거절하고 러시아를 떠나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사용자 정보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맞섰다는 소식이 정부에 협조하는 카카오와 대비되며 사용자 신뢰와 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각에선 ‘메신저 망명’ 사태를 대하는 카카오 대처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극적 대처로 사용자 우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 대화저장 기간을 2~3일 축소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검찰 사찰이 알려진 뒤라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원하는 건 어떠한 때에도 사용자 정보가 보호된다는 메시지”라며 “어렵겠지만 카카오가 일정 부분 정부와 각을 세우고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사용자 정보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메신저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