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한국 시장에서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 이후 사이버 망명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국민 메신저’로서 카카오톡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20일 구글에 따르면 ‘사이버 검열’ 불안감으로 인해 망명지로 떠오른 텔레그램이 최근 5일 연속 구글플레이 인기 무료 메신저 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도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두 형제가 만든 무료 메신저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 20일 안드로이드용을 공식 오픈했다. 1년여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도 국내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순위에서 2위를 지켰다.
텔레그램의 선전은 최근 모바일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순위권을 장악한 틈바구니에서 이뤄졌다.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 측정으로 9월 둘째주 5만4000명에 불과하던 텔레그램 앱 주간 이용자 수는 9월 3주 51만명, 9월 4주 107만명, 10월 1주 173만명 등 빠르게 가입자를 늘렸다.
구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주만 해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텔레그램이 국내에서 지난 15일 이후 1위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5일간 메신저 앱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파르게 텔레그램이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단연 사이버 검열 효과다. 사이버 검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게시판에는 관련 글이 수두룩하다. “망명했습니다. 국내외 업체는 영장을 주면 압수수색과 서버를 털리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내 사생활을 내 허락 없이 누군가 본다는 것 자체가 이곳으로 이민하도록 강요하는 거다” 등 사이버 망명에 대한 담화로 가득하다.
문제는 지난 17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 선언 이후에도 사이버 망명이 줄어들지 않는 데 있다. 텔레그램이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내 메신저 시장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자간 통신에 기반을 둔 메신저는 통상 300만 가입자에 이르면 지인 간 네트워크를 이뤄 보다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텔레그램이 조만간 이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텔레그램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규제의 역습이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개방·공유·참여로 대변되는 인터넷 시장이 오히려 규제기관의 규제로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이버 망명을 부추긴 원인이 개인정보 침해라는 점에서 이의 대응책을 정책 차원의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결국 사이버 망명은 정부와 기업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안일한 사고방식이 빚어낸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의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