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성 출혈열 예방 백신 ‘한타박스’가 20년 넘게 임상 시험에서 유효성을 검증하지 못한 채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행성 출혈열 예방 백신 ‘한타박스’는 1990년 이래 24년 동안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 검증 절차를 밟지 않았다. 1990년 당시 ‘한국군 10만명을 대상으로 제3상 임상시험 실시’를 조건으로 허가됐지만, 아직까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2000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예방접종심의위원회·국립보건원 등과 전문가회의를 열어 “허가 조건인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변경허가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마다 중간실적(결과)을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제약사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 입증에 성공하지 못했다.
입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식약처는 올해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위원회 합동 자문 등을 통해 “적정한 임상시험을 신속히 디자인해 백신의 효과를 증명하되, 그동안은 기존 백신을 사용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새로 승인된 임상시험계획서에 따라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2017년 8월 15일까지 결과를 제출하라”는 내용을 추가해 허가 조건을 바꿔줬다.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 최근 3년(2011~2013년) 유행성 출혈열 환자 1172명 가운데 193명(17%)은 한타박스 백신 접종을 받았음에도 이 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조 의원은 “최근 3년간 군인 2명을 포함해 18명이 유행성 출혈열로 사망했다”며 “사망률이 4~7%에 이르는 이 감염병 예방 목적으로 허가된 백신이 24년 동안 임상적 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채 사용되는 것은 주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책임을 방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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