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인사를 잘 해야 조직이 잘 운영되고, 업무도 원활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그런데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과 소관 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 인사를 보면 우려가 앞선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의 출연연에서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공백이 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공모를 통해 3배수로 압축하고, 돌연 재공모를 실시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원장을 선임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재공모를 거쳤고, 항우연, 한의학연, 국가핵융합연구소 등에서 잇달아 재공모가 실시된다.
재공모가 자주 발생하는 것 자체가 정부 인사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특정후보 밀어주기’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미래부보다 더 윗선의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기관장 장기 공백기를 겪던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10일 이사장 공모에 착수했다. 전임 강혜련 이사장이 지난 7월 말로 사임했으니 두 달 이상 공백기가 있었다. 그런데 공모일정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출연연 원장 공모 접수기간이 통상 1개월 정도인데 반해 창의재단 이사장 공모 접수기간은 겨우 10일에 불과하다.
창의재단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장 공모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이르면 이달 안에 선임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말이 사실인지는 현재 단계에서 알 수 없지만, 뭔가 이상한 것은 분명하다.
시민단체도 최근의 과학기술계 인사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기관장 공백 상태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그럴듯한 공모절차를 두고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인사를 잘하면 만사가 해결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만 가지 일이 꼬일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