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만 11조원…글로벌 10대 의료기기 투자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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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의료기기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금액이 한 해 1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400여개 기업들의 투자액을 다 합친 것보다 수십 배 많은 규모다.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우리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로 보면 이 같은 목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글로벌 상위 10개 기업(2013년 회계연도 매출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총 연구개발비로 108억3000만달러(약 11조50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업의 평균 연구개발비는 10억8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7.2%를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개발비가 가장 큰 기업은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으로 파악됐다. 정형외과용 임플란트·최소침습 수술기기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17억8000만달러를 썼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기기로 유명한 지멘스 헬스케어가 16억3000만달러, 제세동기·심장박동기·스텐트 등을 만드는 메드트로닉이 14억80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규모는 국내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의료기기 산업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 414개 기업이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총 3395억원(2012년 기준)에 그쳤다. 한 해 11조원을 쓰는 글로벌 10대 기업의 투자 규모와 33배가량 격차를 보일 뿐더러 존슨앤드존슨이나 지멘스 등 개별 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10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며 세계 시장에서 철옹성을 구축해왔다. 연구개발에서도 절대적 우세 속에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현실적 장벽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서건석 연구원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후발주자인 데다, 규모에서 워낙 격차가 벌어져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첨단 융합 제품 등 기존에 없던 의료기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성장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원은 “그런 뒤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0대 의료기기 기업연구개발비(단위:억달러. 2013년 기준)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내 의료기기 기업 연구개발비 현황(단위: 개, 억원. 2012년 기준)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비만 11조원…글로벌 10대 의료기기 투자 분석해보니

연구개발비만 11조원…글로벌 10대 의료기기 투자 분석해보니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