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대란’ 파장…정부 처벌 강도 높이고 시장 얼어붙을 듯

국산 휴대폰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

지난 1일 터진 ‘아이폰6 대란’으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휴대폰 유통시장이 다시 얼어붙는 등 파장이 예상됐다. ‘보조금 대란’ 학습효과로 소비자들의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아이폰뿐만 아니라 국산 휴대폰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주말 통신 3사가 나란히 유통망 리베이트를 대폭 올리면서 아이폰6 출시 이틀 만에 ‘대란’이 발생했다. 출고가 79만9800원에 출시된 아이폰6 16GB 모델은 지난 주말 일부 대리점에서 현금 완납 10만원, 할부원금 17만원, 페이백 44만원 등에 판매됐다. 실구매가가 10만~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며 단통법 이전 ‘대란’이 재현됐다.

아이폰6는 단통법 시행으로 급속히 얼어붙은 국내 시장을 되살릴 ‘신병기’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지난 24일 통신 3사 예약판매에 수만명이 몰리고 31일 정식 출시에도 많은 인파가 모이며 아이폰6 효과를 실감케 했다. 통신사들 역시 아이폰6 출시에 맞춰 보조금을 대폭 상향하고 대규모 마케팅에 나서며 시장 분위기를 띄웠다. 여기에 ‘갤럭시노트4’와 ‘G3’ 등 국내 제조사 최신 모델에도 보조금이 늘어나며 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았다.

지난 주말 터진 대란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번 ‘대란’을 지켜본 소비자가 정상적인 보조금 수준에서 구입을 꺼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9월 초 갤럭시S3가 17만원에 판매되는 ‘갤럭시S3 보조금 대란’ 때에도 소비자들이 새 보조금 정책을 학수고대하며 휴대폰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대란이 발생하는 바람에 아이폰6를 예약 구입한 소비자가 다시 ‘호갱’이 됐다”며 “단통법 상황에서도 대란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 소비자가 정상적인 보조금 수준에선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란 하루 전 아이폰6를 구매한 소비자가 판매점을 찾아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대란 전에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이나 대란 수준의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난처하다”고 말했다.

아이폰6만이 아니다. 같은 갤럭시노트4 등 다른 최신폰에도 7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실렸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다음 대란을 예상하는 글 다수가 올라오고 있다.

소비자는 다음 대란을 바라고 있지만 통신사가 실제 다음 대란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란 직후인 지난 2일 오후 3시 통신 3사 관계자를 긴급 호출해 일선 유통망 리베이트 상향을 강력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단통법 연착륙을 노리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 대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통신 3사 임원 형사 고발 등 특단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소비자 눈높이가 대란에 맞춰진 상황에서 통신사가 몸을 사릴 경우 단통법 초기 시장 냉각이 재현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신속하게 통신 3사 임원을 불러 강력 경고한 만큼 통신사 섣불리 움직일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한동안 대란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망 리베이트 상향이 사실상 불법 보조금으로 변질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는 통신사가 일선 유통망에 내려 보내는 리베이트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가 직접 제재하지 않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일선 유통망 페이백 재원으로 쓰이는 리베이트 상향 대신 출고가와 지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신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과도한 리베이트가 페이백으로 소비자에게 풀릴 경우 해당 대리점은 물론이고 통신사까지 엄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