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저 공습, 환율 전쟁 미리 대비해야

[기자수첩]엔저 공습, 환율 전쟁 미리 대비해야

코스피 지수가 일본의 엔저 공습 우려 속에 1960선을 내줬다. 지난주 일본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사한 것이 국내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우려 속에 수출주들이 대거 급락하고 있다. 대표 수출주인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며 시총 순위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한국 수출을 주도했던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 추락이다. 엔저, 위안화 약세, 슈퍼 달러로 요약되는 3대(大) 환율대란 속에 수출 감소 현상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는 조짐이 현장 일선에서 나온다. 여기에 미국 조기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친다면 내년도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엔저가 지속되면 정말로 내수 경제쇼크가 올 수 있다. 내년이 분기점이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강화·장기화를 확신하며 수출 가격을 대폭 내리면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 100대 품목 중 55개가 중복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상황은 급변했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또한 환율 전쟁에 적극 가담해 ‘보이지 않는 손’을 작용해야 한다.

지난 달 한국 정부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했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고 자국 통화가치를 보이지 않게 떨어뜨려 환율 전쟁에 대비하는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일본처럼 인위적인 ‘돈풀기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율로 엮인 각 경쟁국간의 핫라인을 구축하고 기업 대상으로는 환위험 헤지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가능한 방법을 통해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어 놓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