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상용화 연구개발(R&D) 정부 지원 예산은 내년에 25%나 줄어들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활용도가 높아지는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간과된 조치며, 시스템반도체와 관련 장비산업을 육성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도 맞지 않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시스템 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 규모를 191억원으로 확정해 내년도 국가 예산안에 반영했다. 이는 올해 251억원보다 60억원 줄어든 규모다.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정부지원은 2011년 150억원에서 2012년 212억원, 2013년 201억원, 2014년 251억원으로 커졌지만 내년 예산은 대폭 축소가 예고된 상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와 협의를 거치면서 조정되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되거나 소폭 감액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플렉시블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도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원을 줄인다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는 부정적 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에는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사업이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애초 사업은 2015년까지 5년을 목표로 했고, 2016년도 이후의 지원 계획은 아직까지 전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는 “아직 최종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시스템 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 과제는 2015년 종료한다는 것이 공식 계획”이라며 “향후 지능형 반도체나 전력 반도체 등의 신규 과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대한 후속 지원은 별다른 논의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한정돼 있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전체 반도체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서 우리나라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8%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지원에도 우리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고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업계의 반성도 분명히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든 가운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지원을 축소하는 것이 맞는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 과제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휴대폰이나 디지털가전, 자동차 등 주요 시스템에 적용되는 핵심 반도체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 활성화를 유도하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 장비업계 경쟁력 동반상승까지 이루는 것을 비전으로 했다.
<시스템반도체 상용화 기술개발 정부지원 예산(단위:억원) 자료:정부 예산안. 2016년 이후 투자계획 미정>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