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정보 출판업계와 한국연구재단이 논문 오픈액세스(OA)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재단 주도의 논문 무상 공개로 인해 민간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한국연구재단이 SCI와 스코푸스(Scopus) 등에 학술정보를 무상으로 공개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의 건의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17일 밝혔다. 한국학술재단은 교육부 산하 기관으로 학술정보와 단체의 연구관리와 평가를 하는 기관이다. 한국판 과학인용색인(SCI)인 KCI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연구재단은 KCI의 글로벌화를 위해 지난 10월부터 웹오브사이언스(WoB) DB를 통해서도 KCI 논문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출판업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재단 OA 정책으로 학술 논문의 색인 정보는 물론이고 원문까지 해외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해 국내 지식재산권이 무상으로 해외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한 학술정보출판사 관계자는 “재단이 학회지 평가와 논문투고시스템, 학술연구기관 지원을 빌미로 학자들 논문의 무상 공개를 강요하면서 자칫 국내 연구성과가 해외에 무상 공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I나 스코푸스 등을 국내 대학 도서관에서 매년 수억원을 들여 구독하는 반면, 국내 논문은 헐값 또는 무료로 공개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2012년 1년간 스프링거나 엘스웨어 등 해외 논문 DB 업체들이 국내에서만 관련 매출로 2300억원을 벌어들이는 반면에 국내 업체는 126억원에 그쳤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논문 무상공개 정책이 지속된다면 국내 학술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재단의 OA 정책은 철회하거나 논문공개와 학술평가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제기했다.
OA 정책만 철회돼도 2012년 126억원에 그쳤던 국내 기업 매출은 2020년에 국내외에서 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단은 이에 대해 국내 논문 공개는 한류 논문 확산을 위한 수순이라고 맞섰다.
재단 관계자는 “SCI와 함께 WoS에서 국내 우수 논문이 해외에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다”며 “저작권 역시 저자 본인이 직접 원문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DB 업체의 영역을 국가가 주도해 시장을 무너뜨린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내 DB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논문 공개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며 이후에는 학회를 중심으로 지식재산에 제값을 주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자출판협회는 학술정보 회원사를 중심으로 관련 주장을 국회에 연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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