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매각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기사회생을 노리던 팬택이 다시 한 번 벼랑 끝으로 몰렸다. 팬택 매각 주관사 삼정KPMG는 21일 본입찰 실시 결과,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업체 등 몇몇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본입찰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삼정KPMG 관계자는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구체적 사항은 법원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택은 가능한 한 빨리 법원과 채권단을 만나 재입찰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법원과 채권단 모두 청산보다는 재입찰에 무게를 두고 있어 다시 한 번 새주인 찾기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팬택 채권단은 삼성전자와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당장 돈이 급하지 않은 기업들이다. 섣불리 팬택을 청산할 경우 ‘어려움에 빠진 국내 벤처를 외면했다’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팬택 부채가 1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청산으로 얻는 실익도 크지 않다. 팬택을 청산할 경우 550여개 계열사도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커 법원 역시 당장은 재입찰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팬택 관계자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지만 재입찰 추진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1차 관계인 집회가 열리는 다음 달 5일 전에 재매각 추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포공장과 특허·브랜드 등을 따로 파는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됐다. 분리매각으로 투자자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팬택은 현재로선 분리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팬택 관계자는 “분리매각은 마지막에 고민할 방법으로 현재는 팬택의 유·무형 자산 일체를 함께 매각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재입찰에 돌입하게 되면 공개 입찰보다는 일대일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충분히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공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팬택 입장에서도 실제 인수에 관심 있는 투자자와 일대일 협상을 벌이는 길이 새 주인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팬택 관계자 역시 “공개 입찰이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라면 일대일 협상은 가능성 있는 투자자를 선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라며 “일대일 협상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택은 여전히 기업을 살릴 새 주인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재매각에 돌입하면 팬택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팬택 관계자는 “재입찰이 진행되면 진짜 팬택을 원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장기 레이스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