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과점상태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위험하다. 대규모 투자만으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
일본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호(12월 2일자)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시계 제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시다 마사루 엠아이종합연구소 대표(전 삼성재팬 고문)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이코노미스트 리포트’에서 “대규모 투자를 선제적으로 감행해 시장을 휘어잡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런 식으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기술과 신제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것”이라고 이시다 대표는 강조했다.
이사다 마사루 대표의 이같은 시계제로론은 평택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서 출발한다. 평택공장의 주력 생산품은 아직 미정이나 ‘메모리반도체’에 투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하지만 이 분야는 1위인 삼성전자를 포함,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상위 3개사가 시장의 92% 나눠 갖고 있는 완전 과점 상태다. 따라서 여기에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 시장 붕괴의 우려마저 있다고 이시다 대표는 주장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근 가장 매력적인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다. 시장 규모도 메모리 반도체 대비 4배 이상 크고 성장률도 높다. 예컨대 애플 아이폰5S에 내장되는 시스템 반도체는 AP칩 등 총 18개나 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3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장기간에 걸친 고객과의 협업이나 안정성 확인 등이 필수인 시스템 반도체의 생산에 별다른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고객인 퀄컴마저 삼성과 시스템 반도체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IC인사이트에 따르면,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46.3%. 반면, 삼성은 9.2%로 4위로 밀려 있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있어 누구보다 강력한 도전자는 중국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용 AP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 스프레드트럼의 올 3분기 모바일 AP 매출은 특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현황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