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기 난항으로 위기에 몰린 팬택이 동남아 수출에 성공했다. 수출 대금으로 단기 운영 자금을 마련하면서 새 주인 찾기 행보는 다시 시도될 전망이다.
1일 팬택 관계자는 “‘베가아이언2’를 베트남에 1만대, 대만에 3000대 수출하기로 했다”며 “이번 주 내 선적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출 가격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가아이언2는 현재 출고가 35만20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다시 한 번 소비자 관심을 받고 있다.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에도 소량이지만 해외 수출을 계속해왔다. 미국 등에서 판매하는 해외형 모델 수출이 한 달에 3000대가량이다. 이번 베가아이언2 수출은 해외형이 아닌 국내형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 판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보통은 국내 모델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일부 성능을 변경해 해외 모델을 만든다. 대규모 현지화 작업을 생략할 만큼 팬택 사정이 급박하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팬택 관계자는 “가격을 내린 베가아이언2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생겼다”며 “수출 지역 다변화와 재고 판매로 당분간의 운영자금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동남아 수출이 팬택 회생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호재는 아니다”며 “여전히 매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본 입찰 유찰로 절체절명 위기에 몰린 팬택은 협상 방식을 공개 입찰이 아닌 일대일로 전환하며 새 주인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법원은 일단 이달 중순까지 인수 의지를 가진 투자자를 찾아올 것을 팬택 매각 주관사 삼정KPMG에 주문했다. 투자자 찾기에 실패한다면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인수 희망 투자자가 나타나도 실제 매각이 완료되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운영자금 고갈 압박에 놓인 팬택으로선 이번 동남아 수출로 당장을 버틸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베가팝업노트’와 ‘베가아이언2’ 출고가 파격 인하로 12월 운영자금을 마련한 팬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억원이면 팬택이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라며 “지난달 국내 출고가 인하와 이번 수출로 올해까지 회사 운영에는 심각한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팬택 매각 절차는 아직은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삼정KPMG 관계자는 “계속해서 팬택에 관심 있는 투자자를 찾고 있다”며 “중국 업체에도 매각을 제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