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가가 급락했다. 동시에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과열 증시에 대한 조정 심리와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실망감이 주요인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연휴 뒤 첫 업무일인 지난 1일(현지시각) 개장 직후부터 애플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 주당 111.2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장중 한 때 6.4% 하락했다. 시가총액 400억 달러(약 44조원)가 허공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애플 주가는 결국 3.25% 떨어진 115.07달러까지 회복된 뒤 마감됐지만, 나스닥을 중심으로 주요 기술주와 성장 모멘텀주의 동반하락 사태를 몰고 왔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5.29% 떨어졌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역시 각각 6.49%와 3.35%씩 급락했다. 구글 주가도 1% 넘게 하락했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주요 테크주도 폭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마이크론과 인텔의 주가는 이날 2.75%와 0.16%씩 하락했다. 나스닥 바이오지수도 3143.05로 1.15%까지 내려 앉았다. 결국 이날 미 나스닥지수는 64.28포인트(1.34%) 떨어진 4727.35로 마감됐다.
특히, 이번 연말 쇼핑 특수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온 아마존 마저 12.64달러(3.73%) 폭락한 326달러로 마감했다. 무디스가 아마존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다.
주요 외신들은 애플 등 기술주의 동반추락 원인으로 블랙프라이데이의 매출 부진을 꼽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휴를 마친 미국인들이 일상에 복귀해 PC 앞에 앉은 첫 날인 사이버먼데이(1일), 이날 전미 인터넷쇼핑 매출액은 전년 대비 8.7%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작년 같은 날 증가율은 17.5%에 못미치는 기록이다. 지난주 나흘간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기간중 쇼핑액 역시 총 50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 줄었다.
개장 직전 내놓은 리포트에서 모건스탠리는 기술주에 대한 투자등급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애플주에 대한 보유 비중도 기존 4%에서 3%로 낮췄다.
애플의 목표가를 기존 120달러에서 140달러로 상향 조정한 바클레이즈의 전망은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불안감만 시장에 심어준 꼴이 됐다.
이밖에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프로그램 가동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연동 작용 등 다양한 현상들이 테크주를 끌어내리는데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갠터 핏제랄드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와 신년 등 쇼핑특수 모맨텀이 아직 살아있다”며 “이 기간의 매출 실적에 따라 애플 등 주요 기술주의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