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시아의 EU, 아세안

[데스크라인]아시아의 EU, 아세안

1967년 출범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기반 확립과 평화적이며 진보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등 5개국이 공산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했으나 이후 브루나이가 가입하고 공산국가인 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도 받아들이면서 10개국으로 늘어났다. 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식민지 시절을 경험했으며 오랫동안 주변국의 침략과 간섭을 자주 받아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세안은 출범 초기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하다 냉전 종식 등 세계정세 변화에 따라 협력 분야가 정치, 안보 등으로 확대됐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진 뒤에는 회원국 간 경제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안정적 고성장을 지속해 ‘포스트 브릭스(BRICs)’ ‘포스트 차이나(China)’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20년 동안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도 2011년 4.7%, 2012년 5.6%, 2013년 5.5%로 성장률이 확대됐다. 이미 세계적 기업은 아세안을 성장률 저하와 인건비 상승 현상이 뚜렷한 중국, 인도를 대체할 생산기지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아세안이 또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내년 말 출범할 예정인 아세안공동체로 바로 그것이다. 아세안공동체는 아시아의 유럽연합(EU)을 표방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세안공동체가 출범하면 인구 6억400만여명, 국내총생산(GDP) 3조달러의 새로운 대형 경제권이 등장한다. 아세안은 이미 세계 7위 경제권으로 인구가 유럽연합(EU), 미국보다 많으며 중국, 인도에 이어 노동력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통합 시 아세안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7%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구 13억의 중국과 12억의 인도 사이에 위치해 공동체가 출범하면 중국-동남아-인도에 걸쳐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초대형 경제권이 태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글로벌 변방에서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중국·일본 등은 각종 지원을 약속하며 아세안 국가 환심 사기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1일과 12일 이틀간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나라와 아세안국가의 관계개선과 동반자 관계 강화에 도약대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중국 경기 둔화와 엔저 리스크 때문에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 11월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0.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2월에도 수출이 부진해 연간 대중국 수출이 작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다면 이는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11월 대일본 수출 금액도 지난해 대비 24.2% 감소하는 등 수출 비상등이 켜졌다.

그런 점에서 새 경제공동체를 꿈꾸는 아세안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GDP 2조 달러, 무역 2조달러, 국외방문객 유치 2000만명 시대를 열려면 아세안을 핵심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새해에는 정부와 기업이 서로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아세안 시장 개척과 투자에 전력투구하길 기대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