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소프트웨어(SW)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이 쏟아졌다. SW 기반 제조 산업 육성 정책도 발표됐다. SW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기틀을 마련한 해다. IT서비스산업은 그 어느 해보다 전통적 시스템통합(SI) 사업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HW업계는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 모두 기업의 투자 감소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SW 중심사회 원년 선언
올해는 SW를 산업 관점을 넘어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재인식하는 해였다. SW를 개발, 시장에 공급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모든 산업과 국가 전반에 SW를 확산하는 ‘SW 중심사회’ 원년이 선포됐다.
지난 7월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SW 중심사회 실현전략’은 지금까지 얼어붙은 우리 SW 생태계에 훈풍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초·중학교 교과목에 SW를 포함시켜 학생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했다. 어릴 때부터 SW를 교육시켜 융합형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전략이다.
산업 전반에 SW가 녹아들 수 있는 SW 융복합 환경 기반도 조성했다. 임베디드 SW와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지원으로 제조 생산성을 높이는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SW 비중과 성장잠재성이 높다고 평가된 웨어러블·센서·로봇·3차원(3D)프린팅 등 4대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한다.
SW 국산화와 종속 탈피도 올해 화두였다. 많은 공공기관이 시스템 구축 사업에 기존 외산 제품을 걷어내고 토종 SW 도입으로 국내 SW 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윈도XP 지원 서비스 종료에 따른 특정 운용체계(OS) 종속 문제가 떠오르자 공개SW 기반 ‘개방형 OS’ 개발도 진행됐다. 리눅스 기반 ‘하모니카’ OS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라우드 발전법, 데이터베이스(DB)진흥법 등 SW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IT서비스, 대형은 탈SI…중견은 공공 경쟁
IT서비스산업은 올해로 개정 SW산업진흥법 시행 2년째를 맞으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변화가 탈 SI다.
올해 거래소시장에 상장한 삼성SDS는 물류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매출 2조6760억원을 달성, 전체 매출에서 3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확대됐다.
SK C&C도 지난해 SK엔카에 이어 올해 해외 반도체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했다. 새해부터 반도체 디바이스 매출이 발생되면 SK엔카를 비롯한 비IT 사업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LG CNS는 지급결제솔루션 카카오페이 등 B2C 영역을 확대한다.
포스코ICT, 롯데정보통신, 현대오토에버, 한화S&C, KTDS 등도 그룹 계열사 비즈니스 기반으로 탈SI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IT서비스기업의 탈SI 움직임은 공공시장 참여제한과 금융시장 축소, 사업 수익 악화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뤄진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지 않는 중견 IT서비스기업은 올해도 공공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대우정보시스템, 쌍용정보통신, LIG시스템, 대보정보통신, 농심NDS에 IT유지관리와 HW유통을 주력으로 했던 진두아이에스, 아이티센 등도 가세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늘었음에도 수익이 낮았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 올해는 실리 위주 사업을 추진했다.
새해부터 공공기관 IT유지관리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전면 제한됨에 따라 1조원 규모의 시장을 놓고 중견 IT서비스기업 간 치열한 경쟁도 진행된다.
◇서버·스토리지 투자 감소로 침체
서버와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HW) 시장은 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침체로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서 영향을 받은 탓이다. 국내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은 올해 10% 이상 하락이 예상된다. 서버는 지난해 1조300억원 규모를 형성했고 스토리지는 4851억원을 기록했다.
서버 시장에서는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의 하락세에 이어 효자 상품이던 x86도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 3분기 국내 x86 서버시장은 매출 기준 약 10%, 판매량 기준으로는 약 4% 감소했다.
스토리지(외장형 기준)는 올 들어 최근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분기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했지만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고 중·저가형 제품을 선호하면서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매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은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업계가 주목할 만한 변화들은 생겨났다. IBM이 x86 서버 사업에서 철수하고 이를 중국 레노버가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노버는 IBM PC 사업을 인수한 후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어 서버 시장에서의 행보가 주목된다.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플래시 스토리지가 더욱 각광을 받으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심화됐다. 앞서 퓨어스토리지, 바이올린메모리 등 신생 기업들이 잇달아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솔리드파이어가 10월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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