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 인쇄회로기판(PCB)업체 대덕전자가 스마트폰 주기판(HDI) 사업에서 손을 뗀다. 반도체기판(substrate)·통신장비용기판(MLB)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고부가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2세 경영자 김영재 사장 체제로 안착한 대덕전자가 혁신을 바탕으로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대표 김영재)는 지난해 말 대덕GDS에 HDI 관련 생산 설비를 매각했다. 연구개발(R&D) 인력도 대덕전자에서 대덕GDS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덕전자는 HDI 사업 철수 이후 고부가 중심으로 회사 체질을 바꿀 계획이다. 반도체 기판 미세회로 공정 수준을 높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용 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김영재 사장 체제가 안착된 만큼 향후 회사 내부 변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김정식 회장이 해동과학문화재단에 240만주(4.92%)를 출연하면서 최대 주주가 김 회장에서 김영재 사장으로 바뀌었다. 김 회장 지분은 10.89%에서 5.97%로 감소했고 김 사장 지분은 8.74%다.
현재 대덕전자는 메모리 기판 시장에서 나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가장 많은 양의 반도체 기판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내에서도 주요 협력사로 손꼽힌다. 모바일 D램 생산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중화권 스마트폰업체에도 반도체 기판을 공급 중이다. 당분간 모바일 메모리 시장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대덕전자 수혜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PC 및 서버용 D램이 DDR3에서 DDR4로 전환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DDR4 D램은 기존 제품 대비 20~30% 비싼 가격에 팔린다. 반도체 기판 평균 공급가격 상승을 기대해 볼만한 이유다.
신규 사업인 FC CSP도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중저가용 AP 수요도 늘고 있다. 대덕전자는 중저가 AP 시장을 타깃으로 FC CSP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선폭 15㎛ 수준의 FC CSP 제품까지 연구개발을 마친 만큼 고부가 시장 진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통신장비에 쓰이는 고다층기판(MLB) 수요도 올해 상승세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및 4세대 이동통신 기술 롱텀에벌루션(LTE) 투자가 활발한 덕분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10~15% 이상 줄어든 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80% 이상 늘어난 4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HDI 사업 철수로 올해 매출액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수익성 개선으로 회사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며 “HDI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화된 만큼 나름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대덕전자 연간 실적 추이 (단위:억원)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및 업계>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