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 사이에는 포식과 의존관계에 따라 ‘먹이사슬’이라는 관계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가장 아래에 있고, 힘 센 육식동물이 최상위에 위치한다.
동물의 세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권력과 자본 등을 소유한 측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포식자처럼 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논란’ 역시 이런 먹이사슬로 인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모든 사회와 마찬가지로 연구자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있다. 연구비를 주는 공무원이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공무원과 연구원 사이에 위치하는 진흥원 등 산하기관이 중간에 있다. 기업은 상황에 따라 연구원의 위에 오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 오기도 한다.
이런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무원이 산하기관이나 출연연 연구원에게 개인적인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일상적인 수준이다.
얼마 전 한 연구원으로부터 산하기관 직원과의 식사자리에서 유흥주점 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말을 들었다. 아예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이 결탁해 뇌물을 받고, 정부 출연금을 마음대로 집행한 것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언제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르니 일단 상위 포식자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부당한 먹이사슬 때문에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서 사례처럼 뇌물을 주고, 국민의 세금인 정부 출연금을 마음대로 빼돌린 일은 드러난 일부분일 뿐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연구비 배분 조정이나 과제 지원, 평가 조작 등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개인에 의해 과제배분이나 평가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올해를 R&D 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먹이사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비리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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