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의미 있는 이정표를 달성했다.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초로 글로벌 판매 800만대를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의 격차는 40만대로 줄어 세계 4위 탈환을 눈앞에 뒀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미국 등 주력 시장에서 생산 현지화와 특화모델 출시를 통해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자동차가 국내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도 명실상부한 주력 산업으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755억달러(부품 포함)로 총 수출액 13%를 차지했다.
품목별 비중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핵심 부품의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미래 기술 주도권을 좌우할 전기·전자 및 IT 융합 부문 연구개발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 기술 패권은 ‘생태계 경쟁’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허리’를 담당하는 부품업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원천 기술 확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생태계 재편 전략이 시급하다.
국내 완성차 고속 성장과 달리 핵심 부품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0%가 넘는 전체 자동차 산업 국산화율에 비해 핵심 전기·전자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전기·전자 부품 수입 의존도는 3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29.8% 수준이던 것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각종 전자제어장치(ECU)의 핵심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94%에 달해 사실상 국내 기반이 전무하다.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시스템 근간을 이루는 각종 센서 수입 의존도도 심각하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대기업 계열 티어1 부품업체 시스템 통합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레이더 및 초음파, 영상 센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 후측방경보(BSD), 자동주차보조시스템(SPAS) 등을 구성하는 주요 센서는 델파이, 덴소, 콘티넨탈, 헬라, 코브라 등이 장악했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 PD는 “국내 완성차 및 티어1 부품업체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시스템 개발 능력을 확보했지만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내 부품업체의 미래 기술 독자 대응 능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국내 생산 기반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와 부품 산업의 미래 경쟁력 ‘엇박자’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 경쟁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와 비교하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 업체(2013년 기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이 29개를 차지해 가장 탄탄한 부품 산업 생태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23개)과 독일(19개)도 적지 않은 글로벌 부품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자국 부품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업체 수는 5개에 불과하다. 대기업 계열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현대다이모스, 만도 등에 집중됐다.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 산업 생태계가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는 셈이다.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 집약도(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우리나라가 가장 뒤처진다.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업체 연구개발 집약도는 각각 1.65%, 1.51%로 독일(5.03%/6.95%), 일본(4.26%/4.33%), 미국(4.49%/2.01%)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매출에 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그나마 현대·기아차가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27조1000억원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의미 있는 결단으로 평가된다. 남은 과제는 연구개발 투자가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완성차 및 부품업체의 긴밀한 협력을 거쳐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소수의 완성차와 대기업 계열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시스템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개방형 혁신을 통한 핵심 부품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수평적 분업구조로 산업 생태계 구조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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