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고 스펙 ‘갤럭시S6’를 발표하면서 국내 후방 산업이 들썩인다.
전작 갤럭시S5가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됐다가 실패한 만큼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6로 고가 시장을 다시 정조준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전할 수 있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카메라모듈·메탈 케이스·무선충전 등 주요 소재·부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언팩 행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S6는 안드로이드 5.0 버전인 롤리팝 운용체계(OS)·64비트 엑시노스7420 옥타코어를 처음 채택했다. 3GB LPDDR4 모바일 D램, 32·64·128GB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해 메모리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577ppi(인치당 픽셀 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면 500만·후면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도 주목을 끄는 기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6·아이폰6 플러스가 기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고가 스마트폰 시장도 아직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갤럭시S6는 현재 삼성전자가 채택할 수 있는 최고급 소재부품을 사실상 올인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6가 지난 플래그십 모델과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탈 소재 외장 케이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 출시 이후 퀄컴 AP에 의존했다.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만든 엑시노스가 퀄컴 스냅드래곤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 탓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절치부심 끝에 퀄컴 AP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바로 14나노미터(㎚) 핀펫(FinFET) 공정에서 생산한 엑시노스7 시리즈다. 이 제품은 종전 엑시노스 시리즈 대비 소비전력을 35% 줄였고 작동 속도는 20% 끌어올렸다. 퀄컴은 14나노 핀펫 공정에 늦었고, 발열 이슈까지 겹치면서 갤럭시S6 물량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AP를 다시 주력으로 선택하면서 퀄컴 의존도와 원가를 동시에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 플립칩(FC) 칩스케일패키지(CSP)를 공급하는 삼성전기, 후공정 업체 테스나·하나마이크론, 범핑을 공급하는 네패스 등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D램 채택량이 전작 대비 1GB 늘었고 낸드 플래시도 16/32/64GB에서 32/64/128GB로 바뀐 덕분이다.
갤럭시S6는 풀 메탈 보디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강조했다. 메탈 케이스를 생산하는 KH바텍·인탑스·모베이스·동양강철 등 협력사가 직접적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스틱 케이스 전문 업체 중 메탈 케이스 시장에 진출한 인탑스·모베이스가 주목을 받는다. 이들 업체는 베트남에 진출한 만큼 삼성전자로부터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를 임차할 가능성이 높다.
내장형 배터리가 쓰이며 방열·차폐 소재, 무선통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소재·부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갤럭시S6가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리튬 폴리머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초박형 동박을 공급하는 일진머티리얼즈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방열·차폐 관련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서원인텍·솔루에타·아모텍 등도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메탈 소재가 전파 차단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무선통신 안정성을 높이는 소재·부품 업체 수혜가 예상된다. 기가레인, 와이솔 등이 해당된다.
카메라모듈이 여전히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되면서 하드웨어 성능이 개선됐다.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에는 광학식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채택했다. 셀피 트렌드에 맞춰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채택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에 따라 카메라모듈 공급 단가가 올라가고 모듈당 렌즈 탑재량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파트론·캠시스가 직접적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모듈 부분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수혜가 예상된다. 렌즈모듈 업체 세코닉스·디지털옵틱, AF 액추에이터 업체 자화전자·아이엠·하이소닉·재영솔루텍 등이 손꼽힌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도 갤럭시S6 효과를 기대한다. 연성회로기판(FPCB)을 공급하는 인터플렉스·비에이치·대덕GDS뿐만 아니라 주기판(HDI)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코리아써키트 등이 수혜 업체로 주목받는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스마트폰·태블릿PC 출하량은 전 달 대비 60%, 20%씩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탈 케이스 유니보디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 판매도 순조로운 상황이다. 2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짧은 작업 일수 탓에 1월 대비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3월부터 갤럭시A 시리즈 판매 확대, Z1, J1 같은 중저가 제품 출하량 증가와 갤럭시S6 물량 증가가 관측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는 잇따라 삼성전자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을 상향조정하는 추세다.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적게는 8200만대, 많게는 9000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6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만큼 판매량을 기록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고급 소재·부품 채택 비중이 높은 만큼 기존 플래그십 모델보다는 국내 협력사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