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구글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캐논, SAP와 맞손을 잡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특허괴물’을 상대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 대표 기업이 특허괴물 소송을 막고자 이른바 ‘LOT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천하의 구글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특허괴물과의 싸움일 정도로 NPE 공격은 위협적이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가 선제적 특허괴물 대응에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종의 강력한 크로스 라이선싱 연합인 LOT 네트워크는 미국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두고 회원사를 특허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소모전이 되고 있는 특허소송 피해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협회는 한 회원사가 보유한 특허를 외부에 판매할 때, 사전에 협회에 특허 사용권을 줘 전체 회원사를 향후 소송으로부터 보호한다. 특허 판매 후 특허괴물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소송할 여지를 없앤다는 전략이다.
가령 구글이 특허를 외부에 판매하면 LOT 네트워크 회원사인 캐논은 향후 해당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특허괴물이 주요 특허로 캐논을 고소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향한 특허괴물 공격도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제조경쟁에서 탈락한 특허괴물 공세에 맞서 우리 기업을 적극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최근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개정,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된 심사지침에 따르면 공정위는 특허괴물과 관련된 남용행위를 △과도한 실시료 부과 △표준필수특허원칙(FRAND) 적용 부인 △부당한 합의 △부당한 특허소송 제기와 소송제기 위협 △NPE를 내세워 경쟁사업자를 공격하는 행위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체화했다.
미국 의회는 근거 없는 침해소송 패소자의 상대방 법무비용 부담과 페이퍼컴퍼니 명의 특허소송 시 특허 실소유자 신상공개 등 다양한 ‘특허괴물 규제입법’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 밖에 유럽과 일본 등도 정부 차원 입법 추진 또는 업계 공동 연합전선 구축 등으로 특허괴물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