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기업평균연비(CAFE)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적극 나서면서 연비 향상이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유럽은 2020년까지 1㎞ 주행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을 95g까지 낮추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미국도 승용차 CAFE 기준을 2020년부터 리터당 23.1㎞까지 높였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해 2020년까지 기업평균연비를 리터당 24.3㎞로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도 97g/㎞ 이하로 낮췄다.
이 같은 규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각 지역 판매가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연비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내놓고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차량 경량화에 적극 나섰다. 특히 차량 경량화는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중요성이 커졌다.
통상 1500㎏의 5인승 승용차 무게를 10%(150㎏) 줄이면, 연비와 가속성능은 각각 3.8%, 8% 향상되고, 제동거리는 5%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유해 배기가스 저감 효과도 크다. 차량 경량화를 위해서는 고장력강판의 사용을 늘리거나 비중이 낮은 알루미늄, 플라스틱, 마그네슘 등의 소재를 적용해야 한다. 최근 포르셰가 마그네슘 판재를 차체 지붕에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다양한 소재 채택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고급 승용차 차체에는 이미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소재 채택이 확대 일로다. 재규어 F타입 쿠페는 차체의 78%에 알루미늄을 적용했으며, 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은 20%의 알루미늄과 60%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 적용됐다.
이 같은 경량 소재를 차체 부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소재 제조, 성형, 금형, 접합 기술 등의 부문에서 선행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완성차의 경량화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우창 대구카톨릭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차세대 경량 소재 부문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라며 “경량 소재가 예상보다 빠르게 중저가 차량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세계적인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량 소재 기업을 발굴하고 성형, 금형, 접합 등의 가공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또 완성차 및 차체 업체와의 협력은 물론이고 산학연관의 공동 연구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