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막한 ‘2015 서울모터쇼’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모델쇼’를 지양하고 자동차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조직위원회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다른 산업과의 융합, 튜닝과 자율주행 기술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개막 하루 전 열린 프레스데이에는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또 하나의 볼거리는 참여 회사들이 주력 차종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총동원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마이바흐 S클래스와 AMG GT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배경음악을 직접 연주했다.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 S클래스가 소개되자 부스에 바람이 불었다. 스포츠카 AMG GT가 소개되자 굉음과 함께 좌석이 떨렸다. 오감을 자극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전략이다.
우리 기업도 뒤지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월드 프리미어로 신형 K5를 공개하고, 피터 슈라이어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내세워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했다. 무대에 오른 슈라이어 CDO는 스케치북을 놓고 K5 스케치를 직접 그려가며 취재진을 맞았다. 거장의 손길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로봇을 무대에 올린 혼다, 로봇 인형으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의 노력도 돋보였다. 장혁(렉서스), 최시원(아우디), 이진욱(아우디), 차승원(마세라티), 박지성(쉐보레) 등 브랜드 홍보대사를 맡은 스타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자동차는 제품 특성상 직접 타 보기 전에는 품질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미지와 브랜드, 입소문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제품을 넘어 생활밀착형 ‘문화’에 가깝다. ‘어떤 제품인지’ 이상으로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아우라’를 갖기에는 역사가 일천하다. 아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현대자동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같은 감성 마케팅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반갑지만 꾸준히 가야 한다. 아직도 고압적인 태도와 비밀주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가 있다. 자동차를 잘 만드는 것만큼 브랜드를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잊지 않기 바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