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재 기술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혁신에 나섰다. 이전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사용자가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기능 개선에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재 기술 확보로 경박단소화된 디자인과 회로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내에서 소재 전문가 입김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 모델 상품 기획 단계에서 소재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회로부품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제품 사양이 정해지면 소재 전문가들은 이에 적합한 제품을 찾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메탈 케이스뿐 아니라 안테나·광학필터 등 주요 소재가 바뀌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 아예 설계 자체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가장 큰 소재 변화는 메탈 케이스다. 지난해 갤럭시 알파와 갤럭시노트4에 적용된 데 이어 곧 출시할 갤럭시S6·갤럭시S6 엣지에도 메탈 케이스가 쓰였다. 삼성전자는 메탈 케이스 스마트폰을 안착시킨 만큼 향후에는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메탈 제조 공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까지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소재를 가져와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로 가공했다. 그러다 갤럭시S6에는 압출 알루미늄 소재를 처음 썼고, 후면에는 강화유리를 덧대는 파격을 시도했다. 한발 더 나아가 메탈 케이스에 나노 다이아몬드를 코팅해 강도와 외관 심미성을 높이는 변신을 준비 중이다. 나노 다이아몬드 기술은 러시아가 우주항공용 소재 강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최근 나노 다이아몬드 공정 기술이 개선되면서 정보기술(IT) 기기에도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안테나 소재도 계속 바꾸고 있다. 도금 공법을 이용한 레이저다이렉트패턴(LDS) 안테나를 쓰다가 지난해 갤럭시S5에 인몰드안테나(IMA)를 적용했다. 올해는 연성회로기판(FPCB) 안테나를 써 삼성페이·무선충전·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구현했다.
광학소재 변화도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얇은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모듈에 필름형 블루필터를 처음 썼다. 기존 유리형 블루필터보다 절반 수준 두께에 불과하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특히 충격에 취약한 메탈 케이스 스마트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엣지 모델에는 터치스크린패널(TSP) 센서를 바꿨다. 통상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에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체형 터치 센서가 쓰인다. 그러나 엣지 모델은 곡면을 구현하기 위해 양면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센서를 적용했다. 종전 단면 ITO필름보다 훨씬 생산하기 어렵다. 양면 ITO필름은 TSP 두께를 줄이고, 빛 투과율은 높이는 장점이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기술 경쟁 종착점은 소재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갤럭시S6 후속 플래그십 모델에도 신소재를 잇따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