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뒤로가는 IC카드 정책

[기자수첩]뒤로가는 IC카드 정책

정부는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마그네틱(MS)카드를 IC카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POS 단말기 보안 요건으로 의무화했던 ‘탐침 방지’ 요건을 슬그머니 배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탐침 방지는 최근 들어 POS 단말기에서 해킹 사고가 빈발하자 금융당국이 보안요건을 강화하자며 제안했던 핵심 기술이다.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POS 해킹 시도가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내부 메모리 등이 파괴되는 강력한 보안 기술이다.

이 보안 요건을 삭제했다. 과거에도 탐침 기능 의무화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POS 제조사 간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은 탐침 방지 의무화를 표준안에 넣었다. 그렇다면 왜 이 요건을 뺐을까. 조급증이 원인이다. 이 기술을 충족할 POS 제조사가 많지 않다 보니 IC카드 단말기 보급사업 등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처지여서 보안요건을 대폭 완화해 제조사들이 IC 단말기를 뚝딱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밴사는 금융위 말만 믿고 제품 개발에 나섰지만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IC 정책으로 사업자들만 피해를 떠안은 셈이다.

보여주기 식 실적에 매몰돼 IC카드 전환은 그냥 전시행정이 될 게 뻔하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IC카드 전환과 맞물린 여러 실타래를 원칙에 입각해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IC카드 전환은 10년이 지나도 공염불로 끝난다.

카드사와 밴사도 헤게모니 싸움을 끝내고 IC카드 단말기 보급과 공공 밴 선정, 보안 표준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따로국밥이 아닌 협력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핀테크 시대, 소비자 보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음속 앙금을 풀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좀더 IC카드에 적극적인 기관에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당근과 채찍’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