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TV 석 대를 갖고 있다. 7년 된 50인치 PDP TV, 22인치 TV모니터, OTT 박스를 연결한 24인치 일반 모니터다. PDP TV에는 유료방송을 연결했지만 나머지 두 대는 실내안테나로 지상파만 수신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켤까 말까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IPTV’를 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가전으로서 TV의 생명력에 의문이 드는 시대다. 같은 공간에 TV를 두고도 스마트폰으로 저마다 다른 방송을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TV 이용 시간은 전년도에 비해 15분 줄어든 반면에 스마트폰은 14분 늘었다. 방송시장 대목인 주말에는 하루 TV 시청시간이 20분이나 빠졌다.
TV를 사놓고도 켜지 않는다. CRT, PDP, LCD, QD LCD, OLED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진화와 SD, HD, 풀HD, 4K로의 고해상도화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TV를 보는 이들은 늘어간다. 안방 ‘세컨드TV’ 시장의 멸종까지 제기된다.
TV 점유율을 뺏어온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과 어르신까지 5인치 터치패널을 능수능란하게 누르는 시대에 ‘이 다음’에 대한 회의감은 높아만 간다. 최고 성능 스마트폰 출고가가 80만원대로 내려앉았지만 굳이 “카톡이랑 TV 잘 되면 그만이지”라는 실속파 소비자도 늘고 있다.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 최지성·윤부근 사단의 신화로 기록된 TV 세계 1등은 CRT에서 LCD로 시장이 변하는 순간을 먼저 잡았기에 가능했다. 신종균 사단의 스마트폰 세계 1등도 ‘패블릿’ 등 남들이 없었던 분야의 선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다음이 고민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적은 삼성전자, LG전자의 최대 적은 LG전자다. 갤럭시S4로 카톡 잘하는 소비자와 풀HD 엑스캔버스 TV를 잘 쓰는 소비자를 어떻게 갤럭시S6와 올레드 TV로 설득할 수 있을까. “지금 있는 것도 잘 되는데”야말로 산업계를 몰락시키는 치명타다. ‘팔릴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