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법 시행 이후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취지다. 법이 발효된지 고작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다시 뜯어고치겠다니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법 제정이 그만큼 날림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로서는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다.
국회 꼴이 말이 아니지만 이왕 시작했다면 이번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예상되는 허점도 꼼꼼히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개정안을 만들고도 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국회 권위는 진짜 땅으로 떨어질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법 개정 논의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워낙 여론에 일희일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온갖 요구를 반영하다 단통법이 ‘누더기 법’으로 전락할까 걱정도 된다.
개정 논의에서 꼭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단통법 제정 취지다. 왜 단통법이 제정됐고,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 애당초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 행위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호갱’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를 최소화하자는 의도였다. 또 막대한 보조금 마케팅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중간 유통상으로 흡수되는 것을 줄이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통신료 인하로 돌리자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를 어길시 통신사업자 CEO에게 형사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이런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예전보다 ‘호갱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거품이 끼어 있던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료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법 개정 논의가 이런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되면 곤란하다. 법 제정 취지부터 되돌아보는 원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