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과학기술인들의 축제인 ‘제48회 과학의 날’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외적으로는 메인 행사인 기념식의 힘이 빠지는 모양새고 내적으로는 과학기술계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올해 과학의 날 기념식에는 대통령도 총리도, 심지어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차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담당하는 2차관이 장관의 축사를 대독하는 데 그쳤다. 주요 인사의 대거 불참은 대통령 중남미 순방일정 때문에 부득이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참석 예정이던 국무총리마저 불미스러운 일로 불참하면서 행사의 김이 빠졌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여파로 조용히 행사를 치른 것을 감안하면 2년 연속 축제의 의미가 퇴색한 셈이다.
축제 분위기가 사라진 데는 행사를 즐길 주체인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저하로 인해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과학기술계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당시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힌 데 대해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 2013년 과학의 날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과학기술인을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분위기가 변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추진하면서 과학기술계의 실망이 커졌다. 그리고 그 실망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과학의 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근혜정부 집권 2년 동안 출연연의 연구환경 변화에 대한 질문에 ‘나빠졌다’와 ‘매우 나빠졌다’의 응답이 78%나 됐다. 반면에 ‘좋아졌다’는 응답은 0.4%에 그쳤고 ‘매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전무했다.
공공노조는 “출연연 종사자들이 기대하는 사항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민심을 저버린 정책이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 과학의 날을 정부와 과학기술인 모두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지금은 연구현장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