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피하기 어려운 뽑기 아이템 확률 공개, "자율과 강제성 모두 살려야 효과"

온라인·모바일게임에서 이른바 ‘뽑기 아이템’으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이 이르면 하반기 공개된다.

오는 6월 관련 개선사항을 담은 법률이 국회에 상정되고 업계도 상반기를 목표로 자율규제안을 다시 손보는 등 개선안 마련 움직임이 분주하다.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슈분석]피하기 어려운 뽑기 아이템 확률 공개, "자율과 강제성 모두 살려야 효과"

확률형 아이템 제도 개선 핵심은 ‘이용자가 어떤 아이템을 어떤 비율로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 구매 시 어떤 결과물을 얻을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과소비 등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이용자, 업계, 국회가 이견이 없다.

구체적 개선방법은 게임업계와 나머지 그룹 주장이 다르다. 업계는 “자율규제가 먼저”라는 시각이지만 국회와 이용자는 “강제로라도 확률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전체 아이템을 대상으로 할지 일부 ‘레어 아이템’ 확률만 공개할지 범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 정부, 업계가 큰 목적에 공감하는 만큼 소통해 실효성 높은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자율규제 먼저, 공개범위는 핵심 아이템으로”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법으로 이를 강제하면 자칫 공개범위가 과도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만약 확률형 아이템 전체 확률 공개가 의무화되면 가장 먼저 게임 밸런스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용자에 따라 실시간으로 환경이 변하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네트워크 게임) 특성상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임 내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에 이용자가 몰려 게임경제에 불균형이 생기면 아이템 확률을 조절해 평균을 맞추는 식이다.

A게임사 기획자는 “업체로서는 가장 많이 나오는 아이템까지 확률을 공개하면 치명적”이라며 “확률을 수시로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 정책 면에서도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게임운영 노하우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우택 의원 “업계 의지 없어 강제할 수밖에”

정우택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확률형 아이템 부작용을 막는 데 국내 게임사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2008년부터 문제가 제기됐고 2011년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토론회를 주최했지만 게임사는 단 한 곳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3월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담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며 확률형 아이템 개선 논의에 불을 댕겼다.

정 의원은 “현재 일부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같은 사행성을 띠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할 때 기댓값을 알 수 없다”며 “사행성이 담긴 상품을 만들고도 기업 자율 영업 대상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카지노나 도박 규제도 철폐하라는 것”이라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용자 반응도 뜨겁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게임학회장)는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셧다운제와 달리 이용자층에서 호응을 보냈다는 점을 게임업계가 기억해야 한다”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율규제+법’ “현실적 균형 맞추자”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회장은 이달 취임 간담회에서 “기업에 책임을 물으려 행하는 법적규제가 오히려 ‘법대로 했으니 난 모른다’는 무책임한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며 “자율규제가 낫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K-iDEA는 강 회장 취임 이후 지난해 만든 자율규제안을 강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협회는 지난해 전체이용가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 범위를 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율규제안을 내놨다.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외치지만 이미 국회에 관련법이 발의됐고 이용자를 중심으로 개선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 ‘자율’로만 이를 밀고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와 업계가 논의해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게임물 이용으로 획득할 수 있는 유·무형 결과물의 종류·구성비율 및 획득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업계와 국회가 공감하는 범위에서 ‘확률형 아이템 부작용 개선’ 법적 틀을 만들고 세부시행령에 공개 범위, 기업 자율성 정도 등을 언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우택 의원실 관계자는 “모든 콘텐츠 확률 공개가 문제라면 예를 들어 적용 범위를 ‘정보통신망과 우연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제공되는 유료아이템’으로 국한해 해결할 수 있다”며 “법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의원도 “(부족한 부분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비롯한 심의절차를 거치며 여론을 수렴해 보다 완성도 높게 만들어 나가면 된다”며 조정 의지를 밝혔다.

이재홍 교수는 “부작용을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에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에 결국 소통 문제로 귀결된다”며 “국회와 업계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용자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